아직도 엊그제 일처럼 생각되니, 시간이란 때로 상대적으로 전혀 다르게 흐르는게 틀림없다. 오늘 아침 2009년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벌써 이렇게 됐나'하게 된다. 요즘은 여행이야기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 남미도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테마기행, 뉴소 속 한 꼭지에 어렵지 않게 등장하니까.
1박 2일 띠띠까까 호수(LAGO TITICACA)투어.
띠띠까까에 오면 누구나 하는 말, "이게 무슨 호수야 바다지." 그랬다. 정말로 바다처럼 무진작 크고 물도 아주 새파랬다. 이 호수의 넓이가 우리나라 충청북도만하다고 하니. 사실상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띠띠까까.
우로스(UROS)섬에 도착. 바닥이 푹신푹신. 또또라라는 갈대로 만들어진 섬. 맨발로 다니는 이들은 단단한 땅을 밟지 않고 살았기에 관절이 너무도 약하다고. 거기다가 갈대로 집을 만들기에 아이들이 요리하다가 불을 내서 섬아이들 대부분이 화상을 입은 채로 살아간다고. 공동생활체를 그대로 유지. 욕심없이 살아가는 섬사람들. 그들의 유일한 벌이는 관광객을 상대로 그들이 만든 물건을 파는일, 그리고 또또라배로 관광객을 태우는 일. 인간복제도 가능하다는 21세기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더 행복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아만따니섬(AMANTANI)에 도착. 공화당에 나와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여행객을 연결. 하루는 현지인 집에서 지내며 그들의 음식도 그들의 문화도 체험하는 좋은 기회. 짐을 풀고 아만따니섬 정상에 있는 유적지에 오름. 아무래도 큰비가 내릴것 같은데 우리의 가이드, 어찌 저리도 무사태평일까? 꼭대기에 오르니 조금씩 비 내리고. 내려갈 심상으로 맨 앞에 서있는데 어서 내려가라고 하네. 재빠른 한국인 두 여성 굴렸지요. 옷도 한벌뿐인데 이 추위에 비까지 맞으면 어떡해 하라고. 그런데 아까부터 사랑한다고 깜빡 죽는 시늉까지 하던 프랑스 연인. 그 놈(?)이 우리를 제치고 굴러가는 것이 아닌가. 결국 공터 가게에 죽치고 앉아 있는데 모든 사람들, 비 홀딱 맞고.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는 한국인 두 여성. 하여튼 빨라야 된다니깐.
그런데 1시간 후 비에 졸딱 맞은 그녀가 도착. 세상에 뽀송뽀송한 그 놈. 그녀가 도착하니 사랑한다고 키스해대고 난리네. 참나, 우스워서.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것을 받아주는 그녀.
우리 같으며 당장에 따귀한대 때려주고 버리는데......
얘네들 사랑은 참 이상하단 말이여.
온 저녁 비가 그칠때까지 나, 라라는 그 놈을 째려 보느라 눈까지 돌아가고.
다음날 도착한 따낄레(TAQUILE)섬. 깨끗한 의상에 알록달록 예쁜 모자와 허리띠, 그리고 옆에 화려한 꼬까잎 주머니를 찬 남성들. 이 곳은 여자들보다 손재주가 뛰어난 남자들의 유일한 벌이는 뜨개질. 상점에는 그들의 짠 물건들이 놓여 있고, 공동체로 운영되는 이 마을, 모든 것, 개인이 아닌 공동의 것. 이 곳 남자들은 뜨개질로 혼수품을 마련한다고.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그녀 앞에 돌을 던진다. 그때 그녀가 주우면 사랑은 이뤄지고. 또한 그들은 모자, 허리띠등으로 미혼과 기혼을 철저히 구분하고. 얼마나 솔직한가. 안타까운 것은 섬사람들인만큼 뭍으로 안나가기에 섬안에서 결혼이 이뤄지다 보니 기형아 출산이 많다고. 어쨌든 따낄레 섬 사람들만큼 순수하고 부끄럼이 많은 사람들은 없다고 하네요.
가진 것도 모자라 더 갖기 위해 투쟁하다 보니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우리네와는 달리 가진 것은 없을 지라도 자신들의 환경에 만족하며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은 진정 행복해 보였다. 남녀 짝을 이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너무도 평화로워 보였고, 띠띠까까호수를 바라보며 뜨개질에 열중하는 그들의 모습은 심오하기까지 했다.
세계인들에게 알져지기 시작한 띠띠까까 호수, 그만큼 관광객들은 늘어만가고. 제발 그들의 아름다운 심성이 언제까지고 훼손되지 않기를. (12월 1일/2일)
* 띠띠까까 호수 투어 1인당 10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