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내가 있었네. 여행속지
by Hola
고등사기 - 백남준아트센타

태양이 눈부셔 살인을 했다는 이방인처럼 삶은 지루함의 연속, 쉴새 없이 스케치를 하고, 만들고 부수기를 계속한 인간을 만나고 왔다. 여전히 그는 그곳에서 세상에 아무일도 일어나지않은 것처럼 살아 있었다. 즐기고 싶은것을 언제까지나 즐겨라 하듯이.

특수처리된 검은빛의 유리 앞에 놓인 주황색 공사장 대형 막이가 P를 닮은 건물 입구에 놓여 있다. 오픈전에는 수학기호가 무한대의 예술을 표현하듯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현대의 경쟁은 곧 소프트웨어의 경쟁이다. 현대회화가 룰이 있는 게임이라면 현대 무용은 룰도 없는 게임이다. 오히려 시늉이다. 따라서 춤은 소프트웨어 속의 소프트웨어, 현대적이면서도 가장 더 현대적인 그 무엇인 것이다. 분류를 좋아하는 독일인이 18세기에 예술을 시간예술과 공간예술로 나누었는데 억지로 200년 만에야 그것의 실효성이 나타났다. 즉 비디오는 시와 공을 종합, 초월해서 기기묘묘한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만약 현대예술이 고등사기라면 Video는 오차원의 사기인 것이다.

얼만큼 생이며 얼만큼 연출이며 얼마큼이 '사기'가 되는냐?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진리는 가면의 진리다.

1986년 10월 백남준


한가한 시간대를 골라 천천히 구석구석 둘러봤는데, 이번엔 백남준의 작업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소리'라는 것을 느끼고 돌아왔다. 끊임없이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백남준은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어린시절 거상의 아들로 집은 부유했고, 피아노를 배우는 누나 어깨너머로 피아노를 스스로 익혔다. 아버지에게 들키는 날이면 혼나기때문에 누나가 집에 있는 날만 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상인이 되길 바랬고, 재산을 늘려가길 바랬지만 백남준은 음악에 빠져들었다. 중학교 시절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동경대학 미학과에 입학하고서도 아버지에게는 상대에 다닌다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자신은 "아버지와 나눈 대화가 평생을 통틀어 1시간도 안된다"고 하면서 아버지에 대해서 원망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들이 음악을 한다는걸 인정못하는 아버지로 받아들였고, 학비가 끊겼을때는 누이와 형제들이 도와주었고, 독일로 유학을가고 요셉 보이스를 통해 음악과 퍼포먼스로 유명해졌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즐겁게 예술작업을 한 바탕에는 든든한 재정적 지원이 영혼을 맑게 유지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 같은 개구장이에서 무수한 기호들로 설계도를 완성하는 과정은 한번도 의심하지 않은 맑은 영혼이기에 가능했을것이라 유추한다.

상상력에게 모든 권력을

2008년 개관 기념으로 NOW JUMP전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입장하기 전 티켓을 끊고 가방을 맡기고 들어간다. 갑자기 환기미술관이 생각났는데 약간은 우습기도 하지만, 카메라 앵글에 담기 바빴던것과 비교해보면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세번째 방문에서 느긋한 여유가 묻어나왔다. 큐레이터의 해설도 간간이 있고, 아트샵에는 갖고 싶은 물건들이 많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 구경만 하고 돌아섰다. 미술관 건물도 아주 좋고, 근처에 경기도 박물관이 있어 두루 둘러 볼 수 있는 문화지역이다.
현재전시 입장료 : 1인 3000원

0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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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la | 2009/05/11 19:33 | City Life | 트랙백 | 덧글(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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